詩
쑥의뼈/임형신
浮石
2011. 5. 31. 20:58
쑥의뼈
임형신
낮은 자리마다 쑥이 자란다 지상에 흩어진 뼈들이 자라 약쑥을 키운다 내려앉은 봉분 위로
물쑥 한 다발 밀어 올린다 창생(蒼生)의 뼈들 쑥뿌리로 살아남아 촉촉이 젖은 다북쑥 키우고
있다 뼈마디 마디가 애쑥의 쑥대로 자라고 있다
갓 시집온 아낙이 물쑥 한바구니 이고 간다 그쑥 밥이 되고 떡이 되어 흉년의 주린 배 채우
고 그쑥 차가 되고 뜸이 되어 젖은 골수 덥히어 代代로 이어 왔다 향긋한 약쑥 모깃불 되어
풋잠 자는 평상 위 고단한 뼈 펴주었다
아버지의 뼈 할아버지의 뼈가 키운 쑥이 아들 손자의 뼈를 키우고 지상의 곳곳마다 생육하
고 번성 한다* 끝내 없어지지 않을, 가장 처음이자 가장 마지막 까지 남을 쑥의 뼈, 뼈의 쑥
이 구름처럼 빈터에 일어나 마른땅을 움켜쥐고 있다
*창세기 1장22절에서 인용함
임형신시인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