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기차는 목마르다/임형신
浮石
2013. 12. 22. 10:06
기차는 목마르다
임 형 신
환상여행을 떠난 기차는
목말라 자꾸 강물을 퍼 마신다
칸칸마다 쟁여 있는
원목과 석탄더미 내려놓고
아직 시들지 않은 꽃잎, 노을
잠들지 못한 바람까지 가득 싣고
낯선 숲에서 숲으로 몸을 감춘다
술래가 되어 맴돌던 기차가 쉴 곳을 찾는다
태백고원, 나비들이 앉았던 자리에
조용히 몸을 부린다
시간이 지워진 자리
건조하고 굳은 흙바람 속에 잠든 기차가
나비를 꿈꾼다
삼방 신고산 석왕사역 지나
부채붓꽃 흐드러진 개마고원의
부전호반, 황부전나비로
기차는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