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규루(子規樓)
관풍헌에 머물던 단종이 이곳에 자주 올라 소쩍새의 구슬픈 울음소리에 자신의 처지를 빗댄 시(자규시)를 읊었다고 하여 ‘자규루’라 불리게 되었다.
자규루는 세종 10년(1428) 영월군수 신숙근이 창건하여 매죽루(梅竹樓)라 하였다. 후에 단종이 이곳 객사에서 거처하였고 이 누각에 올라 자신의 고뇌를 자규사(子規詞) 및 자규시(子規詩)로 읊은것이 계기가 되어 누각의 이름이 자규루(子規樓)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관풍헌에 머물 당시 단종이 ‘자규’를 주제로 지은 시 ‘자규사’와 ‘자규시’ 2수가 〈장릉지(莊陵誌)〉에 전해지고 있다.
子規詞
月白夜蜀魂湫
달 밝은 밤에 두견새 두런거릴 때
含愁情依樓頭
시름 못잊어 누대에 머리 기대니
爾啼悲我聞苦
울음소리 하도 슬퍼서 나 괴롭구나
無爾聲無我愁
네 소리 없다면 내 시름 잊으련만
寄語世上苦榮人
세상 근심 많은 분들에게 이르노니
愼莫登春三月子規樓
부디 춘삼월엔 자규루에 오르지 마오
子規詩
一自寃禽出帝宮
한 마리 원한 맺힌 새가 궁중에서 나와
孤身雙影碧山中
외로운 몸과 외로운 한 그림자로 푸른 숲에 깃들었다.
假眠夜夜眠無假
밤마다 억지로 잠들려 하지만 잠 이루지 못하고
窮恨年年恨不窮
해마다 한스러움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원한은 끝나지 않네
聲斷曉岑殘月白
두견이 울음 끊어진 뫼부리에 조각달만 밝은데
血漏春谷落化紅
피를 뿌린 것 같은 골짜기에는 붉은 꽃이 지네
天聾尙來聞哀訴
하늘은 귀머거린가 아직 애끓는 호소를 듣지 못하고
何奈愁人耳獨德
어찌하여 수심 많은 이 사람에게 귀만 밝게 하였는가.
이 시는 단종이 누각에 올라가 두견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신세를 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