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호박
홍성화
늙은 호박이 꿈을 꾸고 있나보다
능청스럽게 누워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길고 깊은 꿈속으로 떨어졌나보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라 햇는가
탯줄 같은 생명줄에 기대어
만삭된 무거워진 몸을 굴리지도 못하고
한없이 꿈에 젖어 있는 늙은 호박 한 덩이
비가와도 속 시원히 몸을 씻지 못하고
이파리에 가려져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는 신세로
배짱만 늘어나는 늙은 호박
드디어 산통이 시작된 듯
오도가도 못하고 쓰러져 있네
2005년 e-문학 여름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