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군 내리의 원골재 고개에서..
억새와 갈대
억새와 갈대는 흔히 혼동된다. 생김새는 물론 꽃피고 지는 계절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벼과의 1년생 풀이지만 억새와 갈대는 엄연히 다르다. 가장 쉬운 구분법은 억새는 산이나 비탈에, 갈대는 물가에 무리를 이뤄
산다는 점이다.
억새의 뿌리가 굵고 옆으로 퍼져나가는데 비해 갈대는 뿌리 옆에 수염같은 잔뿌리가 많다. 억새의 열매는 익어도 반쯤
고개를 숙이지만 갈대는 벼처럼 고개를 푹 숙인다. 역사적으로도 억새와 갈대는 혼동돼서 쓰였다. 전남 장성에 있는 갈재는 갈대가 많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한자로는 노령(蘆嶺)이라 부르지만 실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이다. 또 한가지 혼란스러운 것은 부들. 그러나 억새와 갈대처럼 구분이
어렵지는 않다. 물가에 자라는 부들은 키가 억새나 갈대의 3분의 2정도이고 소시지처럼 생긴 꽃을 피운다.
억새꽃은 그 생김이
백발과 비슷해 쓸쓸한 정서로 와닿는다. 그래서 황혼과 잘 어울린다. 억새꽃을 가장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질 무렵 해를 마주하고 보아야 한다.
어두운 하산길이 위험하다면 해가 45도 이상 누웠을 아침과 오후 늦게가 적당하다.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으며 금빛 분가루를 털어내는 억새를
바라볼 때, 스산한 가을의 서정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