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마구령

浮石 2008. 12. 24. 00:07

 

  

 

 

 

 

 

 

 마구령에서 내려다 본 부석면 임곡리..

 

소백산 능선을 따라 경북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로 흘러내리는 남대천 주변은 짙은 단풍으로 화려하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울긋불긋 펼쳐져 있는데. 물가의 단풍잎이 붉은가 하고 물으니 물푸레잎이 짙은 노랑이라고 화답하는 듯하다.

그리고 의장대처럼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낙엽송이 황금색 잎을 떨구며 가을잔치를 자축하고 있다. 소백산 마구령의 가을 풍경이다.

 

마구령은 소백산의 가장 동쪽 임곡리와 남대리를 남북으로 가르는 고갯길이다. 거리는 약 7㎞이고. 고개 정상의 높이는 해발 820m이다.

부석사에서 조금 내려와 오른쪽으로 두봉교를 건너 임곡리를 지나 2차선 도로가 끝나는 곳. 간신히 차량 한 대가 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콘크리트 포장의 가파른 오르막길이 2차선 도로 뒤로 이어진다.

마구령의 시작이다. 이 길은 그래도 경상도와 충북 단양의 동쪽. 강원도 영월의 남쪽을 잇는 최단 코스다. 임곡리에서 고개만 넘으면 단양의 의풍리. 영월의 하동리를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길을 이용하는 차량이 간간이 눈에 띈다.

길은 곳곳에 울퉁불퉁한 비포장 부분을 남겨놓아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갈 수 없었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고갯마루에 서면 남쪽으로 영주와 북쪽으로 영월의 끝자락이 펼쳐진다. 주변 단풍은 아마도 가뭄 때문인 듯 예년에 비해 색감의 농도가 떨어진다.

 

마구령은 고갯마루를 넘어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순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쭉쭉 뻗은 낙엽송과 주변 수림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사진으로나 볼 수 있는 북미 로키산맥의 어느 한 길을 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황금색 낙엽이 양편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길은 끝없이 이어졌고. 주변의 단풍나무는 노랗고 붉은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고개 너머의 썰렁하면서도 황량한 단풍과는 질이 다르다.

이처럼 두 얼굴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고민은 곧바로 해결된다. 길 아래에는 남대천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도 제법 많다. 소백산 능선을 의지한 채 흘러내리는 대부분의 계곡물이 말라버렸지만 남대천 만큼은 큰소리를 치면서 주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마구령 끝자락에는 주막거리라 불리는 작은 길이 있다. 과거 마구령을 넘던 양반이나 행상들이 허기를 달래거나 잠시 지친 다리를 달래며 쉬어가던 거리였음을 암시한다.

좀 더 내려가면 영주에서 가장 오지인 남대리를 만난다. 여기서 서쪽으로 십리만 가면 의풍리. 북쪽으로 오리만 가면 와석리다. 이 지역은 단양에서 하루 서너 차례 운행하는 버스가 단양군 영풍면 동대리를 거쳐 약 10㎞ 계속되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닿을 수 심심산골이다.

외지인이라고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등산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의풍리 마을부터 남대리까지는 너른 평지가 전개돼 의외의 느낌을 전해준다.

동대리에서 남대리까지 비포장도로는 포장을 위해 길을 다져놓아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중앙고속국도 풍기IC에서 나와 우회전. 931번 지방도로를 이용해 부석사 입구까지 간다. 부석사 매표소 못미쳐 왼쪽으로 좌회전. 두봉교를 건너 약 2.5㎞ 가면 마구령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