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교사지
한권의 책 / 임형신
만권의 책 채석강 바람 속에 묻어두고 동강 가에 와서 또 한권의 책 집어 든다 강
마을에 와 사공으로 주저앉은 떠돌이 중 이해수씨, 어라연 물길 오가며 한 소식 기
다린지 오래다 그의 깊게 파인 주름의 행간마다 촘촘이 새긴 문장 한 올씩 풀어내
어 한나절 읽고 또 읽는다
어제 읽다만 책 물살에 떠내려 보내고 오늘 또 한권의 책을 찾아 마대산 아래 미
사리 명생동*, 숨어든 폐족의 후예들이 돌보습보다 더 질긴 발바닥으로 써내려간
산거(山居) 일기 읽다 잠이든다
내일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가 또 한권의 책, 노란 만병초 흐드러진 별방(別方),
사지원(斜只阮) 등 너머 궁예가 알을 품다 떠난 흥교사지(興敎寺址), 연못 속 괴
각승들이 던져버린 등짐장수들의 보따리 속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책 한권 건져
내어 읽어 볼까
바람 속 만권의 책 던져 놓고 오늘 길에서 또 한권의 책을 집어든다
* 미사리 명생동(未死里 命生洞):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에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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