寧越 이야기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의 섶다리

浮石 2005. 10. 21. 15:24

 

 

◆섶다리를 건너보자. 우리는 너무 물질 문명속에 살고 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이럴때, 잠시 나를 찾는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삶의 지혜이다.이 마을과 건너 마을을 이어주는 고마운 섶다리, 그 위에 내가 서보자. 
◆섶다리는 해마다 다시 놓아야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평화롭게 걸쳐있는 섶다리는 물이 많이 불어나는 장마철이 되면 떠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이듬해에 양쪽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다리놓는 부역을 한다.
그래서 우의도 돈독히 다지고 협동심을 기른다. 
◆산에 숲이 무성하니 섶다리 만드는 재료인 소나무와 참나무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베고, 운반하고, 다리를 놓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런저런 삶의 얘기들이 홍수를 이룬다.
 
해가 중천에 뜨면 아낙들이 먹을 것을 광주리에 담아서 나르고... 섶다리에는 높은 사람도
없고 낮은 사람도 없다. 
◆멀리 높은 산들이 겹겹이 드높음을 자랑하고, 그 골짜기에서 생성된 물은 실개천을
적시고 이곳 주천강에 이르러 많은 친구들과 합류하면서 영월땅을 촉촉히
적시는 엄마의 젖줄이 된다.
 
주천강은 물이 맑기로 유명한데, 주천강 어디에선가 술이 졸졸 나왔다고 한다.
한 사람이 더 많이 먹으려고 술샘을 건드리고... 그 욕심으로 술샘은 말라붙었다한다. 
◆섶다리에는 섶다리 문화가 있다.
오가다가 중간에서 사람이 만나면 연장자가 먼저 길을 건너도록 한 켠으로 서서 기다린다.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가 숨어있는 것이다.
 
장유유서... 오늘도 쉼없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주천강의 물줄기를 섶다리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어느새 나도 한방울의 물이 되어 흐른다. 
◆섶다리 상류는 수심도 깊고 물의 량도 많다.
올겨울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의 위력 앞에 주천강도 꽁꽁 얼어붙었다.
 
서울에서 썰매를 타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청년 두사람이 열심히 썰매를 지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금방 추억속으로 여행을 한다.
 
국민학교 겨울 방학때는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고 눈싸움을 하면서 지냈는데...
그때 옷과 양말을 적셔온다고 어머니에게 많이도 혼났다.. 
◆섶다리를 건너면 왼편의 언덕에 초가집 한채가 울타리에 쌓여있다.
바로 전통찻집이다.
 
'섶다리 찻집' 사람들이 재잘거리면서 섶다리 밟은 소감을 얘기하고...
들어서면 향긋한 전통찻집의 내음이 코를 유혹한다.
 
섶다리를 밟으면서 일년의 건강과 만사형통, 그리고 다리의 질병없음을 기원한 후에 이 찻집에 들려 전통차에 추위를 녹이면 그것으로 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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