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雪]

浮石 2004. 12. 16. 10:33

 

[눈]

방랑 길을 나선 김삿갓은 제일 우선으로 금강산을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항상 마음속으로 꼭 구경하리라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일이 순조롭지만은 않기에, 가는 도중 돌팔이 훈장선생한테 발목을 잡히게 되어 백락촌 이라는 마을에 피치 않게 서당선생님을 맡게 되었다.
그러기를 6개월이 지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나 마음은 금강산이라...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밤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산천초목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닌가!
쓸쓸한 김삿갓은 눈 속을 혼자 거닐며 시 한 수를 지었다.

 천황씨가 죽었는가 지황씨가 죽었는가
산과 나무 모두가 상복을 입었구나
햇님이 소식 듣고 내일에 문상을 오면
집집마다 처마가 눈물을 흘리리라.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성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래조)
家家 前淚滴滴 (가가첨전루적적)

           [천하대장군]

하얀 눈을 상복에 견준 것이 얼마나 오묘한 비유인가!
거기다가 햇님이 문상을 오면 처마가 눈물을 흘리다니
우리 모두가 느꼈던 것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마 타고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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