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見物生心]

浮石 2004. 12. 16. 10:26
 [견물생심]

 

김삿갓은 문득 욕심이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자연계에는 욕심이라는 것이 없으니 그러기에 어떤 시인은 골짜기에 흘러가는 물과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며 이런 시를 읊은 일이 있었다.

물은 흘러도 앞을 다투지 않고
水流心不競 (수유심불경)
구름은 있어도 서로 뒤지려 한다.

雲在意俱遲 (운재의구지)

(모든걸초월한부엉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있었으니...
어느날 객점에서 김삿갓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폭음을 하며 연거퍼 한숨을 쉬어대는 것이다.
사연을 들어본 즉 그 사람 이름은 현태덕 이였는데 이 사람은 친구에게 천냥이란 빚을 빌렸다가 처음에 800냥을 갚고 그 다음에 친구 집에 가서 200냥을 갚은 뒤에 차용 증서를 달라고 하니. 친구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나머지 800냥을 갚으면 그때 차용증서를 준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800냥을 받은 일이 없다고 잡아떼니 의리를 믿고 800냥을 갚을 때 아무 것도 받아두지 않은 현태덕이란 사람은 꼼짝없이 800냥을 도로 갚아야 될 상황이니, 가난한 농군에게 그게 죽으란 말과 똑같지 않은가!
이일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삿갓은 도와 주기로 결심하고 그 마을 사또에게 가서 암행어사인 척 하며 그 친구인 장형준이란 사람을 잡아들인다.
그리고 그 집에서 나온 금이랑 돈들을 앞에 놓고

[네놈은 산적이 틀림없구나.
이 돈과 패물은 양민들한테서 강탈해 온 장물임이 틀림 없으렷다?]
[소인더러 산적이라니, 그 무슨 날벼락 같은 말씀을 하시 옵니까?]
[이놈아! 능청은 그만 떨고, 사실대로 고백하거라.
너희 집에 현금 천 냥이란 대금이 어디서 생겨난 돈이냐 말이다.
지금 우리는 산적의 두목을 체포해 왔는데, 그놈의 자백에 의하면,
네 놈은 산적의 부하라는 것이다.
두목이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너는 그래도 아니라고 우기겠느냐?]

이런식으로 계속 닥달을 하니 산적으로 몰려 목숨을 잃게 될 판인 장형준이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게 되니.

[그 돈은 .... 친구에게 빚을 주었다가 돌려 받은 돈이옵니다.]
[친구에게 빚을 주었다가 돌려 받은 돈이라면, 그 친구의 이름은 뭐라고 하느냐?]

장형준은 양심에 가책을 느꼈는지,

[빚을 얻어 갔던 친구는 현태덕이라고 하옵니다]

하고 조그맣게 대답한다.
김삿갓은 범죄 사실을 밝혀 놓고 나니, 무척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에게 받은 천냥 돈임을 실토하게 되니 이로서 사건이 마무리지게 된 것이다. 사건이 잘 해결되어 기쁜 마음으로 다시 방랑길에 오른 김삿갓이 한참 산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현태덕이란 사람이 숨가쁘게 쫓아온다.
은혜에 대한 보답을 하러 온 것이리라. 하지만 삿갓이 극구 거부를 하니 현태덕이란 사람이 오히려 민망해 하기에 옆전 한 잎만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길을 떠나려 하니 이미 날이 저물어 오고 산은 깊기에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현태덕이란 사람이 자기 친구가 근처에 산다 하여 그 집으로 김삿갓을 데리고 갔다.
그곳은 한없이 초라한 움막이였으나 숯을 구어 살아가는 그 친구의 마음은 신선이 따로 없었다.
저녁의 쌀이 없어 감자로 끼니를 때우고 밤에 세 명이 잠을 자려 하니 도대체 방이 좁아 도저히 다리를 펼 수 없고 몸을 되돌리지도 못하겠는게 아닌가. 도무지 삿갓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편해하나 두 사람은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어 버렸다.
삿갓은 아예 잠자기를 포기하고 뒷산에 올라 달구경을 하고 있는데 새벽이 가까워 오자 문득 배가 고파왔다.
그리하여 달을 우러르며 다음과 같은 지를 지었다.


하늘은 만 리로 높건만 머리를 들 수 없고
땅은 천 리로 넓건만 다리를 펼 수 없네 오밤중에 다락에 오름은 달구경 아니오 사흘을 굶은 것은 신선이 되려 함이 아니다.

天高萬里不擧頭 (천고만리불거두)
地 千里不宣足 (지활천리불선족)
五更登樓非翫月 (오갱등누비완월)
三朝 穀不求仙 (삼조벽곡불구선)

 

어떤 상황에 있든 내 마음이 행복을 아는 마음이라면 그 상황이 불행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여유롭게 살아가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화가 나면 한발 물러서서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도 화가 나면 화를 낸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화를 냈을때는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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