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香爐峰 정상에서

浮石 2004. 12. 15. 16:35

[향로봉 정상에서 서산대사1]

 

서산대사에 대해서 적어 보고자 한다.
그의 업적을 쭉 나열하자는게 아니다.
그 의 시를 적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서 모른다.
이 기회로 그를 조금이나마 알고 싶다.
다행히 여기 책에 나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에 조국을 위기에서 구출함으로써 병장(兵將)으로서도 이름을 크게 떨쳤거니와, 선사(禪師)로서도 한국 불교에 영원불멸의 업적을 남겼다.
그 점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기로 하면 서산대사가 전쟁을 끝내고 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향로봉(香爐峰) 정상에서 넓은 세상을 굽어 살펴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읊은 일이 있었다 한다.


만국의 서울은 개미집 이요
천가의 호걸은 하루살이로다
달빛 밝은 창가에 허심히 누웠으니
무한한 솔바람 끊임없이 불어오네.

萬國都城如蟻  (만국도성여의질)
千家豪傑若醯鷄 (천가호걸약혜계)
一密明月淸虛枕 (일밀명월청허첨)
無限松風韻不齊 (무한송풍운불제)

 (서산대사가 기거하였다는 암자)

 

 

호걸다운 시 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무업(無業) 이라는 요승(妖僧)은 서산대사의 명성을 시샘한 나머지, <그 시는 역적을 도모한 시>라며 당국에 보고를 하는 바람에 서산대사는 일시 옥에 갇혔던 일이 있었다. 이런 사람은 꼭 있다.
그러나 서산대사의 사람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선조대왕 은 그를 궁중으로 불러들여, 그의 시를 크게 칭찬했을 뿐만 아니라, 친히 묵죽(墨竹) 한폭을 그려주며, 그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어제시(御製詩)도 한 수 써넣었다.

 

묵죽(墨竹:대나무 그림) 잎은 붓끝에서 나왔고
뿌리도 땅에서 나온 것이 아니요
달이 비쳐도 그림자가 없고
바람이 불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오.

 

葉自毫端出 (엽자호단출)
根非地面生 (근비지면생)
月來無見影 (울래무견영)
風動不聞聲 (풍동불문성)

 

서산대사의 기개도 높이 살만하지만, 선조대왕의 이와같은 화답은 왕다운 포옹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서산대사의 무죄를 암시하는 동시에 자기 그림에 대한 겸손을 나타내는 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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