寧,平,旌 이야기

태백은 지금 雪國… 나도 순수이고 싶다

浮石 2008. 2. 1. 19:28

강원도 태백은 ‘설경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 대표적인 겨울 여행지다. 평균 해발고도가 700m가 넘는 태백은 우리 땅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다. 그만큼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태백산 정상의 눈꽃과 설경은 국내 최고의 겨울 경관으로 꼽힌다. 겨울철 최고 인기 여행상품인 환상선 눈꽃열차의 목적지도 바로 태백이다.  예수원, 구문소, 고원 휴양림 등 독특한 풍광을 지닌 다른 명소도 겨울이면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눈 덮인 고원 도시, 태백

지금 태백은 말 그대로 ‘설국(雪國)’이다. 얼마 전 폭설이 내리더니 이번 주 또다시 많은 눈이 내렸다. 도시가 눈에 덮여 있으니 주위의 백두대간 고봉들은 말할 것도 없다. 태백은 태백산(1567m)을 필두로 함백산(1573m), 금대봉(1418m), 은대봉(1442m), 매봉산( 1303m), 백병산(1259m), 연화산(1171m)에 둘러싸여 있다. 웬만한 산 허리에도 무릎이 잠길 정도로 눈이 쌓였다. 태백은 1월 말에서 2월 초에 눈이 가장 많이 내리니 아직도 한참 동안 눈구경을 할 수 있다.

정선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함백산을 거슬러 두문동재(1010m)를 넘어 태백에 들어서는 순간, 왼쪽 매봉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풍력발전기 8기가 우뚝 솟아 있다. 설산을 딛고 선 하얀 풍력발전기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광 아닌가.

이 풍력발전기를 좀 더 실감나게 원경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만항재로 이어지는 함백산 드라이브 코스. 태백선수촌 근처까지 올라가면 북쪽으로 올여름 개장 예정인 함백산의 서학리조트, 매봉산의 풍력발전기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함백산 설경을 즐길 수 있는 이 드라이브 코스를 오르다 보면 남쪽으로는 태백산의 장엄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태백산 동쪽 능선에 그림 같은 구름띠가 걸렸다. 태백 토박이인 문화해설사 전혜자(54)씨는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함백산에 처음 올라 태백산 운해를 본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말한다.

태백에서 ‘눈꽃 산행 1번지’는 물론 태백산이다. 동해 먼바다의 세찬 바람이 빚어낸 눈꽃은 보는 이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정상 등반은 당골, 유일사, 백단사 등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유일사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유일사에서 정상의 천제단을 거쳐 매년 눈축제가 열리는 당골광장으로 오는 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올 축제는 25일부터 2월 3일까지 열린다.

매년 개천절에 천제를 지내는 천제단 중심으로 장군봉과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화려한 눈꽃이 만발한다. 이 일대는 국내 최대 주목 군락지로, 2800여그루가 서 있다. 장군봉의 두 그루 주목은 태백산 설경을 상징하는 사진 포인트로 유명하다.


#유럽 중세 수도원 같은 예수원

38번 국도를 따라 태백시로 들어오다 35번 국도로 갈아타고 삼척시 하장면 방향으로 향하면 삼수령을 넘는다. 삼수령은 이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세 갈래로 나뉘어 한강을 따라 서해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오십천을 따라 동해로 흘러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수령을 넘어 한참을 달리면 오른편에 ‘예수원’이라는 작은 표지판이 나타난다. 이 일대는 태백에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덕항산 자락 하사미동.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쭉 뻗은 전나무와 낙엽송 사이로 유럽의 중세 수도원을 연상케 하는 고풍스런 건물들이 나타난다. 돌로 외벽을 쌓고 나무로 짠 지붕 위에 갈대를 엮어 놓은 건물은 이국적이면서도 웬지 엄숙함이 감돈다. 예수원은 미국 성공회 사제인 고(故) 대천덕(미국명 루벤 아처 토리 3세) 신부가 1965년에 세운 성공회 수도원이다. 일반인도 방문할 수 있지만, 이곳 신도들과 함께 하루 3번의 예배에는 참석해야 한다.

이 깊은 산속의 수도원은 지금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며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 


#구문소와 고원 자연휴양림

구문소도 태백의 이색 볼거리다. 황지에서 출발해 낙동강으로 향하던 물이 동점동에 이르러 바위산을 뚫고 지나가며 커다란 석문(石門)과 깊은 소를 만들었다. 이를 구문소(求門沼)라고 부른다. 높이 20∼30m, 폭 30m인 석회동굴은 약 1억5000만년 전에 생성되었다고 한다. 구문소에는 물결흔, 습곡 등 약 5억년 전에 생성된 고생대 지층도 그대로 남아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지형인 만큼 구문소에 서려 있는 전설도 여러 가지다. 구문소 옆의 또 다른 석문은 1937년 일제 강점기에 태백의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뚫었다.

구문소 인근 철암역을 중심으로 들어선 철암마을에는 1960∼70년대 탄광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암은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광마을이었으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5만명에 달했던 인구는 지금은 6000명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근대 산업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이 마을에는 당시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울가 나무 기둥 위에 세워진 집, 산비탈에 빼곡하게 들어선 광부의 집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지금 철암마을도 하얀 눈에 덮여 있다. 극명한 흑백의 대비는 이 탄광촌을 한층 더 낡은 흑백사진 같은 분위기로 만든다.

철암마을을 거쳐 토산령으로 들어서면 태백 고원 자연휴양림이 나타난다. 휴양림과 통나무집은 한여름에만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통나무집은 한겨울에도 주말에는 빈 방이 없다. 쭉쭉 뻗은 침엽수림 아래 눈 덮인 산책로를 천천히 걷고, 통나무 집 창문 밖으로 설경이 펼쳐지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태백·정선=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서 나와 영월 방면 38번 국도를 탄다. 석항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사북, 고한을 통과한다.

용연동굴,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 당골광장의 석탄박물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역인 추전역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시에서 태백산 당골광장 아래 ‘태백산 민박촌’(033-553-7460) 73실을 운영한다. 고원휴양림 통나무집(550-2849)은 모두 12동이다. 정선의 하이원 리조트(1588-7789)도 태백 시내에서 30분 거리다. 태백에서는 코다리 순대가 별미다. 황지연못 뒤편의 ‘정원’(553-6444)에서 맛볼 수 있다. 반만 말린 명태 살을 발라 버섯·두부·야채 등을 섞어 다시 명태 모양으로 만든다. 1인분(2마리)에 1만2000원. 걸쭉한 국물이 특징인 태백 닭갈비는 ‘김서방 닭갈비’(553-6378), ‘승소닭갈비’(553-0708) 등이 유명하다. 1인분 5000원.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1

20080124001011_0_1201861646953.jpg
0.02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