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市)로 승격된 광주는 팔당호를 중심으로 그림 같은 풍경들이 즐비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아우르는 팔당호(八堂湖)는 2000만 수도권 시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일 외에도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고마운 휴식처 역할도 한다.
팔당호를 따라가면서 둘러보는 퇴촌의 천진암과 앵자봉, 남종면 분원리의 백자도요지는 조상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뿐더러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데 더없이 좋다.
팔당호를 따라 앵자산(해발 676미터)으로 간다. 산과 마을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골짜기 길로 4km쯤 올라가면 한국 카톨릭 교회 발상지인 천진암이 나온다. 조선 정조 2년(1779년)에 신학을 연구하던 서학파 출신 권철신 이벽 정약전 정약용 이승훈 등 젊은 학자들이 모여 천주교 교리를 연구하고 토론하던 곳이다. 경내에는 다섯 성현의 묘역 외에 갈멜수도원, 한국천주교회창립사연구소, 강화당, 신도수련원 등이 12만평의 넓은 터에 자리잡고 있다. 86년부터 천진암 대성당 1백년 계획을 세워 대성당을 비롯해 경학당, 박물관, 기념탑 건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천진암을 두르고 있는 앵자봉은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하여 꾀꼬리산으로 불리다가 산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뜻이 비슷한 앵자봉이 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가시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유는 앵자봉 동북쪽의 양자산(해발 710미터)이 ‘신랑산’으로 불려 두 산을 부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앵자봉을 두르고 있는 천진암 계곡물은 수심이 낮고 짙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여름철 물놀이하기에 딱 좋고, 포근한 산세의 앵자봉(해발 667미터)을 오르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계곡 주변에 텐트를 칠 곳도 더러 있고, 무엇보다 물이 깨끗하다. 앵자봉 골짜기에서 내려온 물줄기는 천진암계곡을 따라 팔당호로 흘러든다. 계곡에 짐을 풀고 관산을 거쳐 소리봉-박석고개-앵자봉 정상까지 올라가보는 것도 권할만하다. 왕복 3시간 30분쯤 걸린다.
천진암계곡에서 팔당호 쪽으로 나와 광동리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백자도요지로 유명한 분원리에 닿는다. 분원리는 조선왕조 궁중에 들어가는 그릇을 굽던 ‘사옹원’이 있던 곳으로, 백자공원에 들어선 ‘백자자료관’에서 그 당시 도자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백자자료관에는 이 일대 분원리, 금사리 등에서 출토된 여러 종류의 백자들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해 놓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매주 월요일에는 쉰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분원리를 더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이 마을의 명물이 된 붕어찜이다. 동광농협 남종지소에서부터 귀여리 직전까지 수십 개의 붕어찜 식당들이 들어서 손님을 맞고 있다. 붕어찜 요리는 20센티미터가 넘는 붕어에 무청, 배추 같은 시래기를 듬뿍 넣고 새우로 간을 하는데, 뚝배기밥을 곁들이면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 찐 붕어에 대추 생강 마늘 약초 등을 하루쯤 푹 고와 즙을 낸 붕어즙(1만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분원리에서 시작한 강변길은 귀여리-검천리-수청리를 지나 양평대교, 여주 이포까지 이어진다. 주름을 만들며 흘러가는 강물과 실바람에 흔들리는 갖가지 수초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환상으로 이끈다. 안개라도 낀 날이면 신비와 경이로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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