常識

커피, 약인가 독인가?

浮石 2012. 9. 17. 10:21

healthlife

카페인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400 mg인데, 커피 한 잔에는 카페인이 40~180 mg 정도 들어가 있습니다. 인스턴트 커피는 일반적으로 원두커피보다 카페인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원두커피는 드립, 에스프레소, 프렌치프레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함유된 카페인의 양을 단정짓기가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하루 4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면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함유 음료의 섭취를 권장할 것인가 말릴 것인가 하는 것은, 득과 실에 대한 의학적 증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아 현 시점에서 일률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카페인에 대해 신경정신계, 심혈관계, 내분비계, 위장관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며, 사람마다 갖고 있는 기저질환의 종류와 상태가 다르므로, 커피로 인한 득과 실은 개인별로도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에 이번 달에는 지금까지의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커피를 포함한 카페인 함유 음료의 의학적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질병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카페인의 신경정신계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으나, 인지기능과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각성도와 에너지, 집중력이 증가하는데, 특히 몸이 피곤하거나 밤에 일할 때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카페인 섭취는 시차에 적응할 때나 밤낮이 자주 바뀌는 일을 할 때 도움이 됩니다.
카페인은 사람에 따라서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줄여주기도 합니다. 특히 카페인을 만성적으로 사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현재 시판 중인 두통약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것도 있으므로, 이런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에는 주의를 요합니다. 평소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긴장성 두통이나 편두통의 치료 때 기존 약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카페인을 추가로 사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 파킨슨병이 덜 생긴다고 보고하고 있는데, 폐경 후에 여성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는 여성의 경우에는 카페인 섭취가 오히려 파킨슨병의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아직 연구가 별로 되어있지는 않지만, 커피 섭취는 알츠하이머병(치매)의 예방에 약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페인 섭취와 정신질환의 발생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성인 쌍둥이를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서는 카페인 섭취량이 많은 쪽이 불안, 우울, 공황장애, 반사회적 행동, 약물남용 등 정신질환이 더 많다고 보고하였으나, 5만 명이 넘는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카페인 함유 커피를 많이 마시는 여성에서 우울증이 덜 생긴다는 결과를 보 고하였습니다.

하루 세 잔 이하의 커피 섭취는 심근경색에 대해 예방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다량의 커피 섭취는 사람에 따라 관상동맥질환(협심증, 심근경색) 이나 부정맥(심장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하게 뛰는 병)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커피 섭취가 심근경색에 대한 장기적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카페인을 갑자기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혈당이 올라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하고 식후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커피(카페인이 함유된 것과 카페인을 뺀 것 모두)나 차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제2형 당뇨병 발생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습니다.

커피를 마시면 변비가 어느 정도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는데, 같은 연구에서 중국차나 일본차를 마시는 사람에서는 오히려 변비가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커피는 위산 분비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유발합니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커피가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하루 2~3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서 증상을 동반한 담석증이 덜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는데,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에서는 이런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일상적인 커피의 섭취가 진행된 C형 간염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커피 섭취량과 알코올성 간경화의 발생률이 반비례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커피와 유방암과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으나, 커피가 유방암의 발생률을 낮춘다는 일부 보고들이 있습니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는 폐암의 발생률을 높이고,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와 차는 폐암의 발생률을 낮춘다는 보고가 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경우에는 폐암 발생률이 뚜렷이 증가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폐암의 발생에는 역시 담배가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커피 섭취는 위장관계 암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구강암, 인두암, 간암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커피 섭취량과 자궁내막암의 발생률은 반비례 관계를 보입니다. 반면에 방광암의 경우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 약간 더 많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섭취량과 무관한 것을 볼 때 암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커피(카페인이 있건 없건)나 녹차의 섭취가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여성은 특히 칼슘 섭취가 부족한 경우, 뼈의 밀도가 떨어지고 골절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에 차의 섭취는 뼈의 밀도를 높여주지만, 골절률을 감소시키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과량의 카페인 제거 커피 섭취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더 큰 규모의 몇몇 다른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의 섭취와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과는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커피 섭취는 혈중 요산 농도를 떨어뜨리고 통풍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억제효과는 커피의 섭취량과 비례합니다.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도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나, 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카페인 섭취는 배뇨 횟수와 양을 증가시킵니다. 다량의 카페인 섭취는 절박 요실금(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가 힘들고 새는 병)의 발생을 증가시키나 스트레스 요실금(뛸 때나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새는 병)의 발생을 증가시키지는 않습니다.
커피 섭취량과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여러 연구에서 커피 섭취는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페인을 제거한 커피 역시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을 조금 낮추는 것으로 보이는데,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카페인 제거 커피 섭취가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사망률을 낮추는데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