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고철

浮石 2016. 3. 22. 05:00





정월대보름


                                     고철

 

서툰 쟁기질에도 더는 질주하지 못한 공장 하늘에
고무다라만한 달이 뜬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빈 윤활유 깡통에
申형은 벌써 예리한 야스리로 구멍을 내고 있었다

 

창틀에 채인 바람
누군가 깁고 계실지도 모르는 허울진 옛이야기를
사철내내 따라다니던 종기자국처럼
어머니 보고 계실
겨울달력 같은
머문 달빛에 불을 지폈다

 

가생이 불꽃이 수평을 이루면
깡통을 닮은 세상은 온통 달빛이 되었다
국물 같은 부적이 내 나이를 낳았 듯
이름을 낳고 호적을 낳고 아버지를 낳고 낳고 낳고
무디고도 아린 큰 길이 보였다
친구가 보이고 학교가 보이고 내 누이가 보였다
누군가의 산소도 보였다

 

일 년 열 두달만한 불효를 태운다
몸피 곳 곳 들쑤셔 도는 나의 체온도 태웠다
달맞이 훨 훨 타는 밤 병들지 말자고
이빨 물어 내뱉은 고시레 몇 점

 

세상에서 가장 환한 달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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