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고철

浮石 2016. 3. 20. 06:00





                  고철



엄마는 내 밥이었습니다

그런 믿음으로 밥을 배웠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몸을 모시는 하나의 예물,


그러므로

밥을 따 먹는다는 것은 어쩐지 야만스럽게 들립니다

핥아 먹는다는 것도 매국노 같아서 싫습니다

그렇다고 얻어먹는다는 것은 더더욱 엉터리 같습니다

밥은 거룩하게 벌어서

수족으로 받아먹는 일종의 예식 같습니다


닭이 먹는 것을 모이라 하고

소나 돼지가 먹는 것을 먹이라 합니다만

이것들은 끼니 이전의 구실만 하는가 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궁(子宮)에 살 적에 잠깐 들었던 어머님 말씀


밥은 오입보다 맛있다 했습니다



(『2016 오늘의 좋은시 』푸른사상 2016)



고철 시인/ 1962년 강원 철원에서 출생하여 홍천에서 성장. 2000년 『작가들』에 「꽃상여」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핏줄』 등. 2009년 인천문화재단 다년지원사업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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