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여민각(與民閣)

浮石 2017. 12. 26. 06:00


여민각(與民閣)

윤한흠선생(1923~)은 남창동에서 태어나 수원의 옛 정취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옛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되자 1970년대 들어 직접 그림을 그려서 후세에 남기기로 마음을 먹는다. 자신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원과 화성의 옛 모습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전문적으로 그림 공부를 하지 않아서 회화사적 가치는 잘 모르지만 역사성만큼은 높이 칠 만한 그림들이다.

그 가운데 말로만 존재하던 종각과 종이 있는데 그 위치가 종로 네거리 동남쪽이자 남동쪽 모서리였다.

화성을 쌓을 때 창룡문에서 행궁을 향해 오다가 장안문과 팔달문을 연결하는 남북대로와 만나 십자로가 형성되었는데 그 한쪽에 종루를 세우고 종을 달아 파루를 쳤던 것이다. 서울의 종각이 종로에 놓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1997년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음 결성된 (사)화성연구회는 화성의 옛 모습을 찾아내기 위해 힘을 모았다. 그래서 '종로'라는 이름에 대해 고민하던 중 윤한흠 선생 관련 제보가 들어왔고 그의 그림에서 종로거리와 종각, 종각 속에 든 종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윤선생 역시 종로의 종을 확실하게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주변 노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었다.


화성연구회에서는 종로에 종을 달고 종각을 세워 보존하며 주요 행사 때마다 타종을 하여 수원의 중심으로 삼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수원시에 종각 복원과 종 설치를 지속적으로 제안하였다. 이는 여러 상가의 매입과 세입자 보상금 문제 등이 따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산을 세워 건물주들과 세입자들을 설득하기 시작, 2008년 10월 드디어 종을 매단 종각을 준공하였다. 이름 하여 여민각(與民閣)이 탄생한 것이다. 용주사범종(국보 제120호)을 모델로 한 종은 무게 20여 톤에 높이 3.2미터, 직경 2.2미터의 위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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