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物我一體의 해금강

浮石 2004. 12. 15. 16:25

[물아일체의 해금강]

김삿갓은 공허 스님과 작별하고 해금강으로 오면서도, 이별의 서글픔을 금할 길이 없었다.
세속적인 욕망을 일체 떨쳐 버리고 방랑의 길에 오른 지도 이러저러 3,4년! 문득 하늘을 우러러 통쾌하게 한번 웃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이윽고 해금강에 당도해 보니, 겨울 바다는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저 멀리 바다 위에 떠 있는 솔섬, 까치섬 등이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이기는 했으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하도 거칠어, 겨울의 바다는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눈앞에 전개되는 풍경은 오직 만경 창파뿐인데, 하얀 모래밭에서는 갈매기들만이 무심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마침 그때 어디선가 고깃배 한 척이 구성진 뱃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갈매기들은 뱃노래에 놀란 듯 모두들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갈매기와 모래밭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문득 시 한 수를 읊조렸다.


갈매기도 희고 모래도 희고 모두가 희어
모래와 갈매기가 구별조차 어렵구나
어부의 노래 듣고 갈매기가 날아가니
그제야 모래와 갈매기가 제각기로다.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량백백)
不辨白沙與白鷗 (불변백사여백구)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
然後沙沙後鷗鷗 (연후사사후구구)

(해금강의 천년송, 나이가 천삼백살이며 여기사람들은 해금강의 수호송이라 부른단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면 어찌 이런 시가 나올 수 있겠는가! 내 마음속의 갈매기가 저 바다위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지금 나는 바닷가 모래 위를 서성이고 있다.

 (솟대바위 위의 천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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