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진묵대사의 偈頌

浮石 2004. 12. 15. 16:28

[진묵대사의 게송]
 

금강산 구경을 시작한 김삿갓은 인맥을 따라 백운암이라는 절에 공허스님을 찾아간다.
이 스님을 알려준 백씨가 기별을 하였는지 공허스님은 김삿갓 을 보자 대뜸 이렇게 묻는다.

[선생은 시를 잘 지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나하고 시짓기 내기를 한번 해보실 까요?]

아닌밤중에 홍두깨도 분수가 있지 만나는 댓바람에 시짓기 내기를 하자는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짓이다.
생각에 따라서는, 사람을 깔보고 함부로 덤비는 수작 이였으나 공허 스님에게서는 이상하게도 그와 같은 불쾌감은 추호도 느껴지지 않았던 삿갓이였다.
이런 만남을 시작으로 하여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어느날에는 함께 곡차를 마시며 시를 논하니 공허스님이 문득 시를 한 수 읊어 주는 것이었다.

[진묵대사 라는 분은 금강산에도 여러 차례 다녀가셨지만,
본시는 전주 봉서사에 계시던 큰스님이셨지요.
그분은 수많은 게송(偈頌)을 지으셨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송이 있으니 한번 들어보시지요.]

 

하늘은 이불 땅은 깔개 산은 베개요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통이라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긴소매에 곤륜산이 걸릴까 걱정이네.

天衾地席山爲枕 (천금지석산위침) 
月燭雪屛海作樽 (월촉설병해작준)
大醉居然仍起舞 (대취거연잉기무)
却長袖掛崑崙 (각염장수괘곤륜)

 (승무)

김삿갓은 진묵 대사의 시를 들어보고, 그 웅장한 기상에 그게 탄복하였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라. 마치 이와 같으리라고 감히 생각해 보지만 김삿갓도 탄복하고 부족한 나도 탄복해 마지 않는 이 시는 읽는 것만으로도 삼라만상을 내 손 안에 쥐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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