寧越 이야기

각동의 맞밭나루

浮石 2008. 7. 10. 10:16

 

 

각동의 맞밭나루

각동의 맞밭나루는 남한강변의 유명했던 옛나루들 가운데 한 곳이다. 뗏목과 소금배가 맞밭나루를 통해 오르고 내리고 했던 거다. 이곳에서 용케 뗏사공 40년 경력의 박대규(朴大圭, 75세) 노인을 만날 수 있었다. 강변 밭두렁을 손보고 있던 박노인은 바로 앞에서 흘러내리는 남한강을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뗏사공 시절이 그래도 경기가 좋았더랬수” 하고 말했다.

강에 물이 많을 때면 사오일 사이에, 물이 줄거나 날씨가 사나울 때면 보름씩 걸려 서울 뚝섬에 뗏목이 닿았다고 했다. 열 대 혹은 스무 대씩 떼를 지어 우줄 우줄 강물을 타고 내려가는 뗏목 위에서 뗏사공들이 불렀던 노래는 주로 정선아라리였다고 회고했다. 세월아, 봄철아, 오고가지를 말아라 - 알뜰한 이내 청춘 다 늙어만 간다 - 박노인은 쉰 목청을 가다듬어 옛날 가락을 뽑아 보았지만 영판 맛이 나지를 않은 듯 도중에 너털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40년의 뗏사공 생활 뒤, 박노인은 맞밭나루 나룻배 사공으로 다시 15년을 근무했다. 생의 거의 모든 시간들을 강물 위에 흘려보낸 셈이다. 박노인은 급류에 휘말린 뗏목 위에서 살뜰한 동무 한 사람을 잃었던 회한을, 고왔던 남한강 청류(淸流)의 풍미를, 또는 술집 색시와 정분이 났던 옛일을 떠오르는 대로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 그의 얼굴에 연방 그늘이 어렸던 건 그저 엊그제 지나온 것처럼만 느껴지는 청춘의 시간들이 한량없이 그리워진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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