寧越 이야기

영월 한반도지형

浮石 2008. 5. 23. 03:50

 

 

 

 

 

한반도 지도를 닮은 강원도 영월 선암마을은 서강 지류인 평창강 푸른 물줄기가 휘돌아 만든 독특한 지형이다.  깎아지른 강변 바위절벽이 신선처럼 멋있다고 해서 선암(仙巖)으로 이름 지어진 한반도 지형은 요즘은 호젓한 강마을과 더불어 선암마을로 불린다.

 

한반도 속의 한반도는 오랜 옛날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1999년. 몇 해 전 작고한 선암마을 이종만씨가 우연히 마을 뒷산에 올랐다 경이로운 지형을 발견했다.

선암마을을 한 눈에 보려면 마을 인삼밭을 가로지르고 강변 은사시나무길을 걸어 가파른 산을 올라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마을 뒷산으로 도로가 뚫려 손쉽게 전망대에 설 수 있다.

선암마을 뒷산 전망대에서 보는 선암은 마치 인공위성에서 보듯 한반도를 쏙 빼닮았다.

선암을 U자로 흐르는 평창강은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지도처럼 보인다. 협곡을 달려온 평창강은 강릉쯤에서 강폭을 넓히며 검푸른 동해로 둔갑한다. 강물은 남해에서 뒷산에 막히며 서해로 물줄기를 튼다. 그리고 신의주쯤에서 압록강 격인 주천강을 만나 영월의 젖줄인 서강이 된다.

오른쪽은 경사가 급하고 왼쪽은 완만한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도 우리 국토와 너무 닮았다.

특히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서쪽의 백사장은 군산과 부안쯤에서 툭 튀어나와 마치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태어날 거대한 간척지를 예고한다. 갈수기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바위도 울릉도와 독도쯤에 자리 잡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듯 송림으로 우거진 산줄기가 마치 백두대간처럼 선암의 등줄기를 달린다. 신의주쯤에는 중국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처럼 다리도 놓여 있다.

한반도와 너무나 닮은 한반도 지형은 닮지 말아야 할 것도 닮았다. 신의주 너머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시멘트공장은 중국 단둥의 공장지대를 방불케 한다.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해 한반도가 고통 받듯 영월 주민들도 시멘트공장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고생하기는 마찬가지. 최근에는 백두산쯤에 건물들이 들어서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반도 지형이 한반도처럼 분단될 뻔한 적도 있었다. 선암마을이 매스컴을 타면서 한반도 지형의 허리를 관통하는 관광도로가 추진됐던 것이다. 다행히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관광도로는 선암마을 입구까지만 건설된 채 한반도를 관통하지는 못했다.

솔바람 소리가 시원한 선암마을 뒷산의 전망대는 굳이 한반도로 해석하면 제주도의 한라산 정상쯤 되는 위치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관광객과 사진작가들이 찾는 이곳엔 얼마 전 전망대가 설치됐다. 덕분에 절벽처럼 가파른 9부 능선에서 소나무에 의지해 셔터를 누르고 감탄사를 지르던 아슬아슬한 장면은 사라졌다.

계절 따라 바뀌는 선암마을의 풍경은 한반도의 계절을 그대로 대변한다. 남도에서 꽃소식이 전해오면 솔숲에 둥지를 튼 산새가 먼저 화답하고 녹음이 짙어지면 초록빛으로 물든 평창강에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어디 그 뿐이랴. 단풍이 남하하기 시작하면 한반도 지형은 새색시 얼굴처럼 수줍음을 타고 겨울이 오면 선암마을엔 어김없이 눈꽃이 활짝 핀다.

전망대에서 선암을 내려다보면 무언가 신비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영월 토박이 사진작가인 고주서(52)씨는 이를 한국인의 뿌리의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계절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 지형을 필름에 담기 위해 2000년부터 수백 번 전망대를 올랐다는 고씨가 지금까지 찍은 필름은 모두 7만여 컷.

선암이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씨는 지난해부터 뜻을 같이하는 사진작가들과 함께 전망대 앞에 무궁화를 심고 있다.

올해부터는 광복 햇수에 따라 같은 숫자의 무궁화를 심기로 했단다.

무궁화 꽃이 핀 한반도. 선암마을의 소나무는 모진 겨울날에도 그날을 기다리며 푸름을 잃지 않고 있다. 

 

'寧越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재골  (0) 2008.07.10
각동의 맞밭나루  (0) 2008.07.10
주천면 쉼터공원  (0) 2008.05.23
주천면 다하누촌  (0) 2008.05.22
운학천( 雲鶴川)  (0)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