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병지방계곡

浮石 2008. 11. 13. 00:17

 

 

 

 

 

 

 

 

 

 

 

 

 늘목재 입구 

대각정사 앞에서 늘목재가 시작되는 초입이다. 이 고개(임도)를 넘으면 홍천 동면의 화방이 마을이나온다.

 

횡성에서 홍천으로 가기 위해 병지방 계곡으로 들어선다. 어답산 아래 형성된 계곡이 대낮에도 컴컴한 그늘을 만들어 낸다. 지명은 상서롭거나 명예로운 어휘로 구성하는 게 상례지만 병지방은 ‘兵之方’이다. 게다가 횡성에서도 오지에 속하니 ‘신경 쓸 필요 없는 땅’이라는 뜻인가 궁금해진다. 그런데 아니다. 진한(辰韓)시대, 박혁거세에 쫓기던 태기왕의 병졸들이 머물던 곳이 횡성 어답산 아래 계곡이어서 병지방이다. 병지방리가 속해 있는 갑천면 역시 마찬가지다. 태기왕이 이곳 계천에서 피묻은 갑옷을 씻었기에 ‘甲川’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기대면 어답산 아래 병지방 계곡을 거쳐 화방치로 가는 길은 민초들의 삶이 아니라 권력의 냄새가 풍기는 길이다. 어답산(御踏山) 역시 태기왕을 쫓던 박혁거세의 발길이 닿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니 더욱 그렇다. 권력은 무상하다. 권력자들의 쫓고 쫓김이 뒤엉킨 그 자리가 지금은 오히려 순정한 땅으로 남아 있다.

병지방리는 어답산 쪽으로 갈수록 민가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물소리 바람 소리만으로 한 줄기 길을 비추는 곳이다. 계곡 깊숙이의 민가 옆에 자동차 몇 대가 길을 막고 있어 보니 그들은 지인의 집 무쇠솥에 찐 옥수수를 나눠 먹고 있는 중이다. 설마 자동차가 오랴 싶어 길 중간에 차를 세웠으나 그들은 무죄다. 옥수수 한 자루 먹는 짧은 시간에 홍천 넘어가는 임도를 향해 차가 올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횡성 땅의 끝자락, 병지방 계곡의 물소리가 잦아드는 대각정사 입구에서부터 임도는 시작된다. 어떤 이는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넘지 못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엊그제도 넘어갔다 왔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임도는 병지방리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홍천 갈 때 이용하는 길이다. 횡성도 홍천도 바다를 끼고 있지 않다. 횡성도 홍천도 대륙성 기후에 가깝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으레 산길이 발달하는 법, 화방치 임도가 구불구불 산 속으로 이어진다. 들어서고 보니 횡성 사람들이 자주 넘나든다는 말이 맞다. 가끔 택시도 지나고, 승용차도 지나는 화방치 임도. 경사가 급하거나 커브가 심한 곳에는 시멘트 포장까지 돼 있다. 화방치를 넘어 홍천 땅에 닿으니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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