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임형신
유배지 가는 길 하나 살아남아
기다리고 있다 낯 설어라 두리번거리며
투박한 쪽문 열어젖힌 집들 새알처럼 품고 있는
강진만 마량포 지나
회진 가는 길
아직은 절개지에서 생피 흐르지 않는다
뒹구는 막사발 하나 가득 철철 넘치는 단술 받아 마신
동백꽃, 불콰한 황토길 따라가면
심심한 바다가 막춤을 추며 포구를 데리고 놀고 있다
가지산문(迦智山門)에 들다가 흘린 말 몇 마디도 꼬옥
손바닥에 쥐고 있는
언젠가는 생살 찢듯 찢기워 들리워질 길 하나
치마폭에 꼭꼭 숨기고싶다
한번 갔다 다시 못 돌아온
圓嶠의 신지도 유배지 길
느린 걸음을 위해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조선 영조 때의 명필로서 마량포 건너 신지도에서
귀양살이 중 유배지에서 생을 마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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