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림(煩雜林)에 들다
중복 건너 말복의 한낮, 불이 물을 에워싸고 그늘을 태우고 있네 후고구려 터에
있는 짚다리골 자연 휴양림, 자연은 어디 가고 피 뚝뚝 듣는 살코기 태우는 사람들
골짜기마다 널려 있네 귀틀집 지워진 자리마다 장시(場市)처럼 들어 앉아
나 번잡림에 들었네 살이 타고 뼈가 타고 기름마저 태우는 그늘 깊은 곳, 하늘 가
린 연기 속 나 길을 잃었네 명상하던 풀잠자리 자취를 감추고 향기를 거둔 칡꽃도
넝쿨 속 깊이 몸을 숨겼네
나 갇혀 있네 물이 끓고 바람이 끓고 노래가 끓어 넘치는 번잡림에 나 갇혀 있네
빛과 그늘 모두 소리와 연기에 파묻히고 숨어 있는 십리 물길 가득, 문신처럼 냄새
가 지워지지 않네
황망이 자리를 뜨면서 돌아보니 산마루에 걸린 후고구려적 구름 몇 조각 번잡림을
황급히 빠져 나가네 어디론가 급히 몸을 숨기네
임형신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촌 1길/임형신 (0) | 2010.02.08 |
---|---|
길 위에서 /임형신 (0) | 2010.02.03 |
나는 당신의 초승달입니다 (0) | 2009.12.06 |
소금꽃/임형신 (0) | 2009.07.06 |
서거차도/임형신 (0) | 2009.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