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꽃/임형신

浮石 2009. 7. 6. 09:46

 

 

 

소금꽃

 

                              임형신

 

한 됫박의 멸치가

한 됫박의 보리쌀을 기다리는

무안군 일로 장터

봄 햇살 노랗게 튀고 있는 난장에

반쯤 눈을 뜨고 졸고 있는

늘그막의 아버지

사흘에 죽 한 모금 먹어도

사람 행실 잘 해야 한다던

서슬퍼런 말씀은 놓은지 오래다

황사 바람 심술부리는 장 모퉁이

일용할 양식을 기다리는 해 긴 봄날에

마른 이마에 허옇게 피어나는

소금꽃

 

바람벽도 없는 오일장

바짝 마른 갯것들 줄줄이 뉘어놓고

봄볕 한 짐 짊어진

허리 두드리던

철둑길 옆 아버지의 작은 장터

회귀하는 멸치 떼를 따라

나 이곳에 와 있다

 

 

불교문예 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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