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촌 1길
은사시나무 포자가 눈처럼 날리는 언덕에 희망촌이 있다 상계4동 수원지 아래 철
거민들이 모여들어 사십년 넘게 희망을 먹고 산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골목마다
만신들의 깃발이 펄럭이고 그 옆에 엉거주춤 태극기도 붙들어 매져 있다
기울어진 담벼락에 나팔꽃 씩씩거리며 올라간다
사금파리에 찔린 청도라지
독기를 뿜고 웃자라는
한 뼘의 마당
대낮은
텅 비어 있다
무허가 봉제 공장 사라지고 교회가 들어섰다 목공소 있던 자리 단청 고운 절도 하
나 들어앉아 서로 마주 보며 희망 한줌씩 나누어 준다 겨우살이풀처럼 늘어져 있
는 할머니들 등 뒤 며느리밥풀꽃도 기웃거린다
만신들의 깃발이 휘청거린다
오늘 또 무엇이 들어와서
어떤 희망 한줌
뿌리고 가려나
임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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