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임형신

浮石 2010. 2. 3. 10:27

 

 

 

길 위에서                          

                   

                          임형신             

 

 유배지 가는 길 하나 살아남아
 기다리고 있다 낯 설어라 두리번거리며
 투박한 쪽문 열어젖힌 집들 새알처럼 품고 있는
 강진만 마량포 지나
 회진 가는 길
 아직은 절개지에서 생피 흐르지 않는다
 뒹구는 막사발 하나 가득 철철 넘치는 단술 받아 마신
 동백꽃, 불콰한 황토길 따라가면
 심심한 바다가 막춤을 추며 포구를 데리고 놀고 있다
 가지산문(迦智山門)에 들다가 흘린 말 몇 마디도 꼬옥
 손바닥에 쥐고 있는
 언젠가는 생살 찢듯 찢기워 들리워질 길 하나
 치마폭에 꼭꼭 숨기고싶다
 한번 갔다 다시 못 돌아온
 圓嶠의 신지도 유배지 길
 느린 걸음을 위해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 조선 영조 때의 명필로서 마량포 건너 신지도에서
                   귀양살이 중 유배지에서 생을 마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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