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유승도

浮石 2010. 10. 23. 09:34

 

 

 

아침

 

                                     유 승 도

 

 내가 사는 마을은 산 중턱에 있어 산 아래 골짜기를 가

득 메운 운무의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많다 햇살이 동산

에서 비치기 시작하면 운무는 꾸물럭꾸물럭 제 몸을 흐트

러뜨리며 산 위로 오른다

 오늘도 막 그때다 마을 가운데 있는 삼거리 전봇대 위

에서 까마귀 한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댔다  깍깍깍깍 마침

밭으로 나가던 동근네 아주머니가 전봇대 아래서 발을 멈

췄다(아주머니는 까마귀를 나쁜 새라고 생각한다 요즘따

라 웬 까마귀가 이리 많은지 아침마다 까마귀 소리로 시

끄러웠다)

 고개를 젖히고 까마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아주머니가 침을 뱉듯 말을 뱉었다 퉤퉤퉤퉤

  햇살은 노란빛의 맑은 모습으로 사람의 집과 밭과 숲을

비추고 있고 산 아래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운무의 갈기갈

기 찢어진 몸은 산등성이를 타고 봉우리로 향하는데

 깍깍깍깍 퉤퉤퉤퉤

 깍깍깍깍 퉤퉤퉤퉤

 까마귀는 땅을 보며 짖어대고 아주머니는 하늘을 향해

말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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