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

피하고 싶은 황혼의 덫, `치매`①

浮石 2011. 2. 7. 13:25

황혼기로 접어든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으로 꼽히는 '치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빠른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2~2009년 노인성 질환자 진료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2년 4만8000명이던 치매환자는 2009년 21만6000명으로 4.51배 증가했다. 치매로 인한 진료비는 2002년 561억 원에서 2009년 6211억 원으로 11배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체 치매 환자의 대다수가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 없이 방치 상태에 놓여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치매에 걸리면 환자들은 기억력 상실, 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을 겪게 될 뿐 아니라 환자 가족 역시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한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유제춘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와 함께 치매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 치매 원인 다양, 특성 정확히 알아야 대처 치매는 뇌의 기질적 병 때문에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지적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치매의 원인에는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병), 뇌혈관 질환(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 질환, 중독성 질환, 뇌종양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알츠하이머 치매는 전체 치매의 5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고, 혈관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하는 유형이다.

혈관성 치매는 급작한 발병을 보이고 때로는 계단식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뇌혈관성 치매는 심장병이나 고혈압, 동맥 경화 등으로 인해 뇌경색이 재발 또는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대표적인 치매 '알츠하이머', 증상 3단계로 나뉜다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원인이 정확한 규명돼 있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가 힘들다. 증상은 3단계로 나뉜다.

제1기는 '건망기'라 하는데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정도의 가벼운 증상에서 시작해 차츰 기억력의 저하가 나타나는 단계다. 이 말을 들으면 자주 깜박깜박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나도 치매인가'하는 의심을 하겠지만 건망증이 모두 치매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망증 환자는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치매 환자는 그러한 사실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건망증의 경우에는 기억나지 않던 부분이 어느 순간 다시 떠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치매 환자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치매는 건망증과 달리 진행성 장애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 장애가 점점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기억력이 계속해서 나빠진다면 건망증보다는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제2기는 '혼란기'로 시간적·공간적·사회적으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의식하지 못하고 때로 공격적인 성향을 띠기도 하는 단계다. 기억 장애가 심해져 방금 밥을 먹었는데도 그것을 잊고 가족이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망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잃은 물건을 다른 사람이 훔쳐 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적당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잃어 어색하게 말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이 이 시기의 특징이다.

제3기는 '치매기'다. 기억, 판단, 인식, 행위 등 모든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마침내 인지, 사고, 판단이라는 지적 활동을 하는 대뇌의 고유기능이 없어진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다가 결국에는 차츰 말을 하지 않게 돼 무언 상태가 되기도 한다. 아무 때나, 또 아무 곳에서나 배설하고 대부분의 기억이 상실돼 가족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러한 치매 증상은 점점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움말=유제춘 교수(을지대병원 정신과) 이상미 매경헬스 기자 [lsmclick@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