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康

당신의 진짜 나이는 몇 살입니까?

浮石 2011. 1. 10. 21:13

"제가 몇 살처럼 보입니까?"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중년 남자가 물었다. 아랫배는 납작하고 피부색이 맑다. 올려다본 이마에는 주름이 없다.

기자가 망설이자 그는 "제가 제 나이보다 일곱 살 젊게 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위 1% 안에 들지요" 하며 싱긋 웃었다.

젊게 사는 이 사람은 배철영 대한노화방지연합회 이사장(55)이다. 그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1기 출신으로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보건대학원에서 노인의학을 전공했다. 국내에 노화를 연구하는 인력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는 미국의 '내부나이(inner age)'를 '생체나이'로 한국에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체나이는 혈압과 폐기능 콜레스테롤 근육량 뇌파 등을 측정해 신체 기능을 측정한 지표다.

배 이사장은 우리나라 사람 20만명의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인의 노화 기준을 만들었다. 생체나이를 비교하면 노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건강 상태가 어떤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평균적인 50세 여자라면 지금은 83세까지 살 수 있지만 '진짜' 나이인 생체나이가 55세라면 남들보다 기대수명이 5년 이상 짧은 겁니다." 평균치 혈압에 폐기능이 원활하며 지방량이 적고 근육이 적당하면 생체나이가 평균보다 낮아진다. 반대로 자세가 구부정하거나 나이보다 들어 보인다면 생체나이 역시 많다. 얼마나 빨리 늙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노화 속도도 생체나이로 계산한다. 외부 나이가 한 살 느는 동안 생체나이가 3살 늘었다면 이 사람의 노화는 또래의 평균보다 3배 빠르게 진행되는 식이다.

배 이사장은 "노화 속도를 2분의 1로 낮추면 기대수명은 2배로 는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을 60세 남자로만 자각하면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죽음까지 17~18년 남았다고 직접 듣게 되면 마음 자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생체나이를 알게 되면 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배 이사장은 "평생 하지 못할 운동은 시작하지도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석 달을 운동해 10㎏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해도 운동을 중단하는 순간 바로 20㎏이 찝니다. 이게 요요예요. 무리한 이벤트보다는 생활습관이 중요합니다." 배 이사장은 아침에 다리를 쭉 펴고 두 발을 안팎으로 흔들면서 양 엄지발가락을 딱딱 부딪히고, 발목을 두어 번 돌린 후에야 침대에서 일어난다. 양치할 때는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14층 아파트 계단은 걸어서 오르내리고, 못 걸었다 싶은 날은 지하철 한두 정거장을 먼저 내린다.

배 이사장은 "특히 갱년기 이후의 건강은 기존에 운동을 했는지 여부에 따라 50%가 달라진다"며 "새해에는 건강계획을 꼭 세우라"고 당부했다.

주간, 월간, 연간 건강계획표를 세우면 건강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 중 30%가 나쁜 생활습관에서 온다. 먹는 밥은 평소 양의 3분의 1로 줄이고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을 늘려 먹는다. 지방도 콜레스테롤 부작용을 고려해 다소 줄이는 것이 좋다. 매일 섭취하는 칼로리를 20~30% 낮추면 반대로 수명은 20~30% 길어진다.

비타민을 보충하고 세포 유독물질을 제거하는 비타민 A, C, E나 셀레늄 등 항산화제를 먹으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생활 속에 배인 운동 역시 '청춘'의 비결이다. 계단 오르내리기, 빨리 걷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를 높여 폐활량 근력 기억력을 향상시킨다. 유산소 운동은 특히 갱년기 이후 우울증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력을 발휘한다.

재무관리도 건강관리에 속한다. 재무 상태에 문제가 생기면 생체나이가 급속히 늙기 때문이다.

배 이사장은 "채무관계 등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 깜짝할 새 7~8년이 늙는다"며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은 단순한 재테크가 아니라 건강관리"라고 덧붙였다.

병을 미리 잡아내는 조기검진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 자기 몸의 상태를 알고 긴장감을 유지하면 12년을 젊게 살 수 있다.

가까운 이의 죽음이나 사업상 실패 등 큰 사건이 3년 이상 지속돼도 신체 기능이 타격을 입는다.

배 이사장은 "최대 30년까지 늙는 사례도 있다"며 "친구ㆍ친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스트레스 관리책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그는 노화 관련 7개 학회 주축 회원이 모인 대한노화방지연합회 이사장 외에도 차병원의과대학 교수, 차움 안티에이징 라이프센터 소장을 겸하고 있다.

활기차게 사는 사람은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인다. 그는 생체나이와 건강 다이어리를 관리해주는 스마트폰용 앱도 만들겠다는 새해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