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권정생

浮石 2013. 8. 21. 09:58

 

 

 

 

소·1

                권정생

   
보리짚 깔고
보리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구리고
코로 숨쉬고

엄마 꿈꾼다.
아버지 꿈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고 자랑하고 싶은데
그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소는 보리짚 속에서 잠이 깨면
눈에 눈물이 쪼르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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