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浮石 2012. 11. 6. 21:15

 

 

 

서강에 다녀오다

 

 

                              임형신 

 

소나기재 베고 누워 있는 장릉 지나

서강에 이르다

물이 불어 오늘 배 못 뜬다네

적소가 보이는 주막거리에 주저앉아

강울음 소리 들으며

술을 마신다

여름의 분탕질은 끝났다

하늘을 찢어버리고 서강에 내려온

원호(元昊),* 강의 역사 다시 쓰고 있다

생을 찢어버리고

온몸으로 길을 열고 들어온 김립(金笠)

강바닥에 시를 널어놓고 몸을 감추었다

물소리 날아다니고

나비가 된 시들이 내려앉는 곳마다

골골이 흘러든 사람들

울음토끼처럼 숨어 우는

골짜기 너머 너머

또 너머

다시 분탕질로 얼룩진 강가에

아직도 시는 날아다니고

금표비가 보이는 언덕에 주저앉아

자꾸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는

영월은 너무 멀다

 

 

《시와 미학》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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