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 임형신

浮石 2012. 11. 8. 10:37

 

 

 

 

가을은

             

                                               임형신


 

가는 귀 먹은 방씨 할아버지네 마당 어치 등에서 놀고 있다

 

집총 거부하다 옥살이 하고 나온 안식일교도의 아가서 위에 오래오래 엎드려 있다

 

깨어진 블록 담 틈새에 핀 깨꽃의 얼굴에서 땀 훔치고 있다

 

건초더미를 씹고 있는 염소 뿔에 가을은 걸려있다 뿔에 받힌 안개가 나직이 울고 있다

 

백일기도를 끝낸 박수무당의 작두날에서 푸른 호홉을 가다듬고 있다

 

석포역에 잠시 머물다 동점역으로 가는 영동선(嶺東線)의 가을은

         

(詩와에세이, 2012)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권정생  (0) 2013.08.21
인연설/한용운  (0) 2013.03.18
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0) 2012.11.06
금골산에서 놀다 / 임형신  (0) 2012.08.31
달이 오르면 /임형신  (0) 201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