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지에 두고 온 귀
임 형 신
폭포는 내전 중이다
소리에 쫓긴 귀가 운봉 아흔 아홉 배미 돌아
금원 폭포 아래 서다
득음을 꿈꾸다 버리고 간 귀들 쌓여있는
폭포는, 본디 소리를 지키려 안간힘이다
세상 뭇 소리를 삼킨 폭포가
소화불량증을 앓고 있다
유형지를 떠돌던 소리들 달려들어
폭포를 흔들고 있다
모음을 잠시 놓쳐버린 폭포가
비틀거리며 곤두박질친다
은빛 창날로 무장한 폭포의 손을 꺾으며
매향리 사격장에서 죽다 살아 온 파열음 하며
풍도(風島)를 뭉개고 살아 돌아 온 폭발음이
폭포를 쓰러뜨린다
내 귀도 내전중이다
천사의 말을 들으려다 방언의 늪에 허우적이다
유형지에 버려진 내 귀도
모반을 꿈꾸며 오고 있다
맨 처음 폭포소리가 맨 나중 소리를 업고
이사를 간다
세상 소리에 쫓긴 용추, 금원, 남덕유 폭포들이
벽소령 너머 더 깊은 곳을 찾고 있다
물비린내만 남긴 폭포의 뼈 부서지고
쫓겨 가는 폭포를 세상 뭇 소리들이 토막치고 있다
순음을 잃어버린 폭포가 뚝뚝 끊어진다
소리는 오고 있다
오는 소리는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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