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지에 두고 온 귀/임형신

浮石 2013. 12. 10. 11:51

 

 

유형지에 두고 온 귀

 

                          임 형 신

 

폭포는 내전 중이다

소리에 쫓긴 귀가 운봉 아흔 아홉 배미 돌아

금원 폭포 아래 서다

득음을 꿈꾸다 버리고 간 귀들 쌓여있는

폭포는, 본디 소리를 지키려 안간힘이다

세상 뭇 소리를 삼킨 폭포가

소화불량증을 앓고 있다

유형지를 떠돌던 소리들 달려들어

폭포를 흔들고 있다

모음을 잠시 놓쳐버린 폭포가

비틀거리며 곤두박질친다

은빛 창날로 무장한 폭포의 손을 꺾으며

매향리 사격장에서 죽다 살아 온 파열음 하며

풍도(風島)를 뭉개고 살아 돌아 온 폭발음이

폭포를 쓰러뜨린다

 

 

내 귀도 내전중이다

천사의 말을 들으려다 방언의 늪에 허우적이다

유형지에 버려진 내 귀도

모반을 꿈꾸며 오고 있다

맨 처음 폭포소리가 맨 나중 소리를 업고

이사를 간다

세상 소리에 쫓긴 용추, 금원, 남덕유 폭포들이

벽소령 너머 더 깊은 곳을 찾고 있다

물비린내만 남긴 폭포의 뼈 부서지고

쫓겨 가는 폭포를 세상 뭇 소리들이 토막치고 있다

순음을 잃어버린 폭포가 뚝뚝 끊어진다

소리는 오고 있다

오는 소리는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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