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사/임형신

浮石 2013. 12. 12. 07:30

 

 

 

미모사

 

          임형신

 

기쁠 것도 슬플 것도 없는

날에

잎이 돋는다

이 빠진 항아리들이 견디는 세월 곁에

미모사 새움 돋는다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이는

엷은 미모사

흐린 날에는 울음이

잎으로 베어난다

 

혼자

자주 놀라는

미모사와 함께

흔들이는 절망의 가지 끝에서

또 다른 절망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을 때

이웃집 사람 하나

죽어 나간다

 

죽음을 전송하는 바람 소리만

펄펄 살아 있는

 

       -[사람의 문학]. 201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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