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산으로 올라가는 중간에 맑은 계곡 사이로 두 개의 정자가 보인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 오래 되어 보이는 정자에는 송풍정, 삼일정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정면의 정자가 송풍정(松風亭), 왼쪽의 지붕만 조금 보이는 것이 삼일정(三一亭)이다.
강원도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은 조선시대 평강현감을 지낸 김수증이 벼슬을 사직한 후 정사를 지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다.
정자 근처의 큰 바위에는 얼핏 보면 의미를 알기 어려운 무늬들과 한자들이 새겨 있는데 당시 성리학에 심취한 김수증의 사상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태극도(太極圖),하도낙서(河圖洛書),선후천입궤도(先後天入卦圖) 등을 바위에 새겨놓은 인문석이다.
송풍정(松風亭)
창건 당시에는 송풍정(松風亭)· 삼일정(三一亭)· 부지암(不知庵)· 유지당(有知堂) 등 몇 채의 건물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산재해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고 복원된 삼일정과 송풍정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인문석 북쪽으로 "삼일정(三一亭)", 서쪽으로 "월굴암(月窟巖)", 남쪽으로 "천근석(天根石)"의 각자(刻字)와 기둥을 세웠던 자리가 남아있다.
『화음동지(華陰洞誌)』에 따르면, 김수증은 정자를 짓고 요엄류정(聊淹溜亭), 계곡의 남쪽 언덕에 네 칸 집을 짓고 부지암(不知庵), 암자 왼쪽에 두어 칸 집을 지어 자연실(自然室), 울타리를 치고 문을 닫아 함청문(含淸門), 울타리 밖의 채포(菜圃 : 채소밭)를 불가부지포(不可不知圃), 문 밖에 우물을 파고 한청정(寒淸井), 우물 아래 못을 파고 청여허당(淸如許塘), 못가에 축대를 쌓고 표독립대(表獨立臺), 정자 아래 물가의 넓은 바위를 천관석(川觀石), 천관석 옆에 있는 다리를 추진교(趨眞橋), 추진교 옆의 바위를 음송암(蔭松巖)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석문오(石門摀)가 있는데, 이곳이 밖에서 들어오는 길목이다. 산 아래 물가에 요엄류정과 맞보고 있는 바위에 정자 하나를 더 세워 삼일정(三一亭)이라고 하였는데, 지형 관계로 기둥 세 개만 세웠다. 들보 밑바닥에 태극도(太極圖)를 그려넣고, 그 옆에 팔괘(八卦)를 그렸다.
세 개의 서까래에는 각각 ‘陰陽(음양), 剛柔(강유), 仁義(인의)’의 여섯 글자를 쓰고, 세 기둥에는 모두 64괘(卦)를 그렸다. 세 기둥은 각기 8각이어서 모두 24각으로 24절기를 의미하였으며, 십이벽괘(十二辟卦)·십이율(十二律)·십이지(十二支)를 써넣었다.
방화계(傍花溪) / 곡운 김수증(金壽增)
絶境端宜養性靈(절경단의양성령)
절경의 끝 자락은 마음 기르기 안성맞춤
白雲東畔華山北(백운동반화산북)
동편은 백운산이요 북녘은 화악산이로구나
莫年心跡喜雙淸(막년심적희쌍청)
늙어가는 나이에 마음은 산과 물이 좋은데
曲曲溪流滿耳聲(곡곡계류만이성)
굽이굽이 개울물소리 귀에 가득 들려온다
김수증(金壽增)
인물사전에는 ‘조선시대의 문신(1624-1701), 자는 연지(延之), 호는 곡운(谷雲), 숙종 15년(1689) 기사환국으로 동생 수항이 사사되고 이듬해 동생 수흥도 배소에서 죽자 벼슬을 그만두고 곡운산에서 은거하였다. 저서에 <곡운집>이 있다’라고 간단히 나와 있다. 김수증(金壽增, 1624-1701)은 파란만장하던 역사의 한 시기에 권력에 대한 욕망보다는 은둔의 길을 택한 사람이다. 아우 둘은 차례로 영의정을 지냈다. 김수증의 할아버지가 병자호란 때 척화파 중 한 사람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남한산성에 들어가 항쟁하는 모습을 어린 시절에 지켜보았을지 모른다. 그의 나이 45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3년 상을 치른 뒤 그는 화천 땅을 찾아온다. 김수증은 1673년에 성주부사, 1687년에 청풍부사를 지냈지만 그의 마음속은 정치보다는 도연명과 같은 은둔의 길을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김수증은 화악산 북쪽 삼일계곡에 자신이 거주할 화음동정사(華陰洞精舍)를 짓고 신선처럼 살았다. 당시에는 삼일정, 부지암, 송풍정 등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일부 복원이 되어 있지만 옛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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