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동지(冬至)와 동지팥죽의 유래

浮石 2016. 12. 22. 14:04

동지는 해가 가장 짧은 날이라 음()이 극에 달한 날이어서 음성인 귀신이 성하는 날이다. 이를 물리치기 위해 상대적인 양()의 기운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서 양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이 음의 기운을 물리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인들은 붉은 색이 주술적인 위력을 지닌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태양, 불, 피 같은 붉은 색을 생명과 힘의 표식으로 삼았고 이를 숭상한 것이다. 따라서 동지는 태양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날로 여겼기 때문에 고대인들의 적색 신앙의 잔영으로 붉은 색의 팥죽을 쑤게 된 것이다.
『해동죽지()』에 “붉은 팥으로 집집마다 죽을 쑤어 문에 뿌려 부적을 대신한다. 오늘 아침에 비린내 나는 산귀신을 모두 쫓으니 동지에 양기 나면 길한 상서 맞는다.”라는 시에서 보듯이 붉은 팥죽의 벽사성을 알 수 있다.
동짓날 팥죽은 조상께 제사 지내고 방, 마루, 광, 헛간, 우물, 장독대에 한 그릇씩 놓는다. 또 들고 다니며 대문이나 벽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고조리서인 『규합총서()』, 『군학회등()』, 『부인필지()』 등에 구체적인 조리법이 기록되어 있고, 그것들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붉은 팥을 씻어 일어서 물을 충분히 붓고 한소끔 끓인다. 그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다시 부어 팥이 터질 때까지 푹 삶아서 거르고, 찹쌀가루는 익반죽하여 새알 모양의 단자를 만든다. 이를 새알심이라고 한다. 거른 팥의 웃물을 먼저 붓고 끓여 빛깔이 고와지면 앙금을 넣어 저으면서 다시 끓인다. 펄펄 끓을 때 새알심을 넣는데 새알심이 떠오르고 짙은 팥색이 되면서 걸쭉해지면 소금으로 간을 하여 불에서 내려놓는다. 식성에 따라 설탕을 넣어 먹기도 한다.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했기 때문에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등장한다. 『익재집()』에 동짓날은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적소두()로 쑨 두죽()을 끓이고 채색 옷을 입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며 술을 올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는 웃어른을 공경하는 경로사상과 관련이 있지만 동짓날 팥죽을 먹는 유래에 대한 기록은 없다. 다만 중국 세시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종름()의 『형초세시기()』 기록을 인용할 따름이다.



『형초세시기』에 기록된 동지팥죽의 유래담은 『동국세시기()』에 그대로 인용되어 있는데 내용은 지극히 짧다. 옛날 공공 씨(,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았던 관명에서 비롯한 성씨)에게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물리쳤다. 이 유래담을 통해 팥이 예전부터 악귀를 예방하는 의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야기가 다소 확장되어 팥죽과 아이를 관련시킨 이야기가 전해온다. 동지는 드는 시기에 따라 별칭이 있다.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는데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그 까닭은 아이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결국 동지팥죽 유래와 관련이 있다. 즉 동지팥죽은 역질이 된 아이 귀신을 쫓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축귀행위가 자칫 집안의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처 탈이 날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러나 팥죽 유래담은 동지팥죽이 벽사의 기능을 한다는 신앙성을 말하고자 부연()된 이야기이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먼저 사당에 올려 동지차례를 지낸 다음 집안을 수호해 주는 주요 가신()에게 올린 후 가족이 먹는다. 그리고 차례상에 올리기 전, 팥죽이 부글부글 끓을 때 국물을 떠서 대문이나 담, 집 앞의 고목 등에 뿌리는데 붉은 팥이 벽사()와 축귀()의 역할을 한다고 믿어 예방하였다.

동짓날에 쑤는 붉은 팥죽. 동짓날을 아세()라 했고 민간에서는 작은설이라 하였다. 옛날부터 이날 팥죽을 쑤어 조상께 제사 지내고 대문이나 벽에 뿌려 귀신을 쫓아 새해의 무사안일을 빌던 풍습에서 남아 있는 절식이다. 동지팥죽은 새알심을 넣어 끓이는데 가족의 나이 수대로 넣어 끓이는 풍습도 있다. 그래서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팥죽은 다른 때에도 먹을 수 있지만 동짓날 먹는 팥죽은 명절식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민속에서 붉은 색은 벽사의 기능이 있다고 여기는데, 동짓날 팥죽은 그 기능의 강도가 한층 더해진다. 또한 팥죽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 한 살 먹는다는 통과의례 음식의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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