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에 다녀오다/임형신

浮石 2022. 9. 19. 21:58

 

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소나기재 베고 누워있는 장릉지나

서강에 이르다

물이 불어 오늘 배 못 뜬다네

적소가 보이는 주막거리에 주저앉아

강울음 소리 들으며

술을 마신다

여름의 분탕질은 끝났다

하늘을 찢어버리고 서강에 내려온

원호*  강의 역사 다시 쓰고있다

생을 찢어버리고

온몸으로 길을열고 들어온 김립

강바닥에 시를 널어놓고 몸을 감추었다

물소리 날아다니고

나비가 된 시들이 내려앉는 곳마다

골골이흘러든 사람들

울음토끼처럼 숨어 우는

골짜기 너머 너머

또 너머

다시 분탕질로 얼룩진 강가에 

아직도 시는 날아다니고

먼 사람의 길 위에 시는 날아다니고

 

금표비가 보이는 언덕에 주저앉아

자꾸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는

 

영월은 너무 멀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서강 가에 정자를 짓고 머물렀다.

 

 

 

임형신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영문과와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지방과 서울에서 20여 년간 교직에 종사했으며,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했다.

임형신 (林亨新)시인(1948 9월~ 2022 9월10일)

故임형신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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