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소나기재 베고 누워있는 장릉지나
서강에 이르다
물이 불어 오늘 배 못 뜬다네
적소가 보이는 주막거리에 주저앉아
강울음 소리 들으며
술을 마신다
여름의 분탕질은 끝났다
하늘을 찢어버리고 서강에 내려온
원호* 강의 역사 다시 쓰고있다
생을 찢어버리고
온몸으로 길을열고 들어온 김립
강바닥에 시를 널어놓고 몸을 감추었다
물소리 날아다니고
나비가 된 시들이 내려앉는 곳마다
골골이흘러든 사람들
울음토끼처럼 숨어 우는
골짜기 너머 너머
또 너머
다시 분탕질로 얼룩진 강가에
아직도 시는 날아다니고
먼 사람의 길 위에 시는 날아다니고
금표비가 보이는 언덕에 주저앉아
자꾸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는
영월은 너무 멀다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서강 가에 정자를 짓고 머물렀다.
임형신 시인은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영문과와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지방과 서울에서 20여 년간 교직에 종사했으며, 2008년 불교문예로 등단했다.
임형신 (林亨新)시인(1948 9월~ 2022 9월10일)
故임형신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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