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스님! 지옥가기 꼭 좋타!

浮石 2005. 10. 14. 01:43

 

“스님! 지옥가기 꼭 좋타!”

극적인 인생역정과 방랑객에게 걸맞게 삿갓에게는
참으로 구수한 일화가 많지만, 그 중에 방랑시절
금강산 만경동 유점사에서 주지스님과 설전을
벌인 얘기 하나이다.

서산에 해가 기울 무렵, 초라한 행색의 삿갓이
절간을 찾아들었다.

숙박 신세를 청한 삿갓에게 주지스님이 짓궂게
장난을 걸었다.

“내가 문제를 내서 답이 내 마음에 흡족하면
하룻밤 숙식을 제공하리다.” 하였다.

김삿갓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따를 수밖에.
스님이 내가 “타! 자를 부를 터이니 거기에 운을
맞춰 글을 지어보시오!”했다.
일종의 사행시(四行詩)다.

김삿갓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이런 엉터리 운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스님이 첫 번째로 ‘타’ 하고 운을 외치자, 김삿갓 왈
“사각 절간에 기둥이 붉타!” 하고 글을 지었다.

스님이 두 번 째 ‘타!’ 하고 외치자, 김삿갓 왈
“석양에 행객이 시장 타!” 하고 대꾸했다.

스님은 김삿갓의 재치에 당황해 하면서 목청을
높여 ‘타!’하고 외쳐대자, 김삿갓이 “너희 절 인심
고약 타!” 하고 맞받았다.

스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더 계속 했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할 지 모를 일이었기에, 그만
중단하고 말았다.

김삿갓도 한번만 더 ‘타!’를 부르면 단단히 혼을
내줄 셈이었다.

스님과 김삿갓은 곡차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밤을 세웠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스님이

“삿갓 선생! 아까 내가 한번 더 ‘타!’ 하고 운자를
불렀으면 어찌 할 뻔했소?”

“스님, 지옥 가기 꼭 좋타 !” 할려고 했소.

스님은 가슴이 철렁했다.
김삿갓은 세상을 유머 속에 달관하며 살았다.

 

2화
한번은 초상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무식한 상주가
부고를 써달라고 하자 대뜸 ‘류류화화 柳柳花花’라고
써주었다.
상주는 어리둥절했지만 김삿갓은 유유히 떠나갔다.
내용은 ‘버들버들 떨다가 꼿꼿해져 버렸구나!’
죽어 가는 사람 모습을 나타낸 삿갓 선생 다운 부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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