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
강화도 고려산 積石寺 입구에는 온종일 말없이 엎드린 개 한 마리 있었다
흙빛인가하면 금빛이고 금빛인가하면 먹물이 휙휙 뿌려진듯했다 사납지도
호락하지도 않았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모래더미가 속에 잠든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돌을 삼키면 그런 몸이 되었을까. 핏빛 젖은 운명과 검은 운석
을 함께 먹어치운 것은 아닐까.
거친 비늘의 늙은 소나무가 바람 불 때마다 곁에서, 푸른 그늘을 게워내고
더 비껴날 곳이 없는 해를 막막한 서해바다로 밀어 넣었다. 살 없는 시체 몇
구를 삼켜버린 사막 같은 모습을 한 그 개는, 지나가는 뭇 인간들을 막지 않
았지만, 보는 이들을 모두 한 발 물러서게 하였다.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음역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슬픈 개여. 몸속에 쌓아둔 무거운 돌들이 절
이 되어 層層 올라갔다
황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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