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한 줄기 버려져 있다 /임형신

浮石 2010. 4. 19. 12:01

 

▲모운동 폐가 (2005. 11. 13.)

 

 

햇빛 한 줄기 버려져 있다

                                         
                          임형신           

 

흙집 한 채 뿌리 뽑혀져 있다

사람이 살기 가장 좋다는 해발 칠백
삼도봉 아래 모운동 골짜기
이랑이랑 쥘 흙 놓아버리고
집 한 채 빈산에 떠있다

해를 넘긴 고랭지 배추밭 허옇게 말라가고
잡초 엉클어진 마당가에 쓰다만 가계부 버려져 있다

흙 묻은 가계부 펼쳐드니
한 땀 한 땀 메워간 칸 칸 마다
고등어 한손 걸려 있고
소금 한 됫박 엎질러져 있다

실밥 뜯긴 포대자루에는
실낱같은 햇볕도 한줌 버려져 있다

웃자란 애기똥풀 더미에 내팽개쳐진 가계부
빈손의 바람이 장을 넘길 때 마다
적빈의 붉은 글씨 또렸이 드러난다

쥐오줌풀 사이에서
개불알꽃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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