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염불/임형신

浮石 2011. 11. 26. 00:00

 

 

 

 

 

산염불

                 임형신


   화악산 기슭에는 황금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개가
   일모(一毛) 시인과 함께 산다

 

   철 지난 물가에서 놀던 개가 물어온 번쩍이는 목걸이는
   개의 목에 채워주고

 

   돌아앉아

 

   시인은 매일같이 화선지에 발자국을 찍고 있다
   눈밭에 찍힌 참새 발자국부터 소백산에 두고 온 자신의 발자국까지

 

   산울림 영감의 발자국을 따라 내가 그의 집에 당도한 날도 화선지에는 이름 없는 무수한 발자국이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그 발자국의 맨 뒤를 따라 경계가 없는 그의 묵정밭 몇 구비를 돌아내려 온다

 

   오늘처럼 눈비 오는 날은 길 떠난 발자국들이 돌아와 화선지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목걸이를 벗어놓고 졸고 있는 개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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