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오르면
임형신
먼 강물소리
환청에 귀를 세우던 나무들
달 오르자 마디마디 막혔던 물길 흐르고
불볕 아래 소신공양을 끝낸 민달팽이
화상 입은 발 서늘한 달빛에 담그고 있다
지금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시간
무병(巫病)을 앓는 나무들
달 하나씩 손에 쥐고
강신무를 추고 있다
푸른 짐승처럼 엎디어 있는
사불산 윤필암(潤筆庵)
울음을 삼킨 종이 운다
소리가 빛이 되고
빛이 소리가 되어
온 산을 흔들 때
먼 길을 돌아온 맨발의 누이
달항아리의 몸을 풀어
달무리 하나 가득
채우고 있다
─『시에』 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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