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은
임형신
할 말이 있어요 우리 첨 만났던 강가로 가요
우리가 만났던 날은 산벚나무 손을 맞잡고
향기를 서로에게 나누어 주던
봄의 한 가운데
우리는
모든 것을 안아주는 물 이었다
지금은 바람 부는 때
언제부턴가 우리는 쇠가 되어
조금씩 서로를 깎고 있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아직은 싸매고 있지만
우리는 한때
수달래 붉게 어리는 숙암 계곡
탄부(炭夫)의 옷 옥양목처럼 희게 빨아내던 물 이었다
할 말은 조금 두었다 하자
먼 길을 돌아 온 새떼들 아픈 다리 쉬었다 가는 두물머리
지친 어깨 다독이며 밤안개가 강둑을 건너오고 있다
밤바람을 피해 갈대들도 몸을 낮추고
억센 팔로 서로를 껴안고 있다
우리 마지막 말은 조금 두었다 하자
새벽이 올 때까지
해가 뜰 때까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강가에 / 임형신 (0) | 2012.08.15 |
---|---|
산염불/임형신 (0) | 2011.11.26 |
연혁(沿革) / 임형신 (0) | 2011.11.24 |
장회나루 (0) | 2011.10.17 |
한권의 책/임형신 (0) | 2011.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