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금은/임형신

浮石 2011. 11. 25. 00:00

 

 

 

 

우리 지금은

 

                                    임형신

 

 

할 말이 있어요 우리 첨 만났던 강가로 가요

 

 

우리가 만났던 날은 산벚나무 손을 맞잡고

향기를 서로에게 나누어 주던

봄의 한 가운데

 

 

우리는

모든 것을 안아주는 물 이었다

 

 

지금은 바람 부는 때

언제부턴가 우리는 쇠가 되어

조금씩 서로를 깎고 있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아직은 싸매고 있지만

우리는 한때

수달래 붉게 어리는 숙암 계곡

탄부(炭夫)의 옷 옥양목처럼 희게 빨아내던 물 이었다

 

 

할 말은 조금 두었다 하자

먼 길을 돌아 온 새떼들 아픈 다리 쉬었다 가는 두물머리

지친 어깨 다독이며 밤안개가 강둑을 건너오고 있다

밤바람을 피해 갈대들도 몸을 낮추고

억센 팔로 서로를 껴안고 있다

우리 마지막 말은 조금 두었다 하자

 

 

새벽이 올 때까지

해가 뜰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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