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가에 / 임형신

浮石 2012. 8. 15. 18:27

 

 

 

다시 강가에

 

                                    임형신

 

 

나무들의 귀를 빌려 듣는다 그날의 물소리를

나무들의 혀를 빌려 맛본다 그날의 바람을

 

 

나무들의 말을 찾아

미루나무 숲이 있는 강가로 가면

수천의 귀를 열고 기다리는 나무들

천수천안의 손을 흔든다

 

 

한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

나무들의 영토에 편입 된 날

나무들은 내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사람의 말을 버리고

나무들의 수화를 익히는 날

나무들은 아무 것도 내게 보여주지 않았다

큰 키의 미루나무들이 노을에 푹푹 빠져 돌아 올 때까지

그날 내가 한 일은

나무 향기에 흠뻑 젖어

강물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일

그날 내가 한 일은 순한 입술로 그려내는

강물의 구화口話를 해독 해 내는 일

강물 속에 가라앉은 맑은 바람 한 줄기 들어 올리는 일

그날 내가 한 일은,

 

 

 

임형신/ 2008년 《불교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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