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에 다녀오다
임형신
소나기재 베고 누워 있는 장릉 지나
서강에 이르다
물이 불어 오늘 배 못 뜬다네
적소가 보이는 주막거리에 주저앉아
강울음 소리 들으며
술을 마신다
여름의 분탕질은 끝났다
하늘을 찢어버리고 서강에 내려온
원호(元昊),* 강의 역사 다시 쓰고 있다
생을 찢어버리고
온몸으로 길을 열고 들어온 김립(金笠)
강바닥에 시를 널어놓고 몸을 감추었다
물소리 날아다니고
나비가 된 시들이 내려앉는 곳마다
골골이 흘러든 사람들
울음토끼처럼 숨어 우는
골짜기 너머 너머
또 너머
다시 분탕질로 얼룩진 강가에
아직도 시는 날아다니고
금표비가 보이는 언덕에 주저앉아
자꾸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는
영월은 너무 멀다
《시와 미학》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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