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대추나무 / 임형신

浮石 2014. 3. 21. 08:31

 

 

 

 

 

늦봄,대추나무 / 임형신 

 

살아 돌아온 새들이

가시나무 끝에 앉아있다

살아 있는 것마다 화간和姦을 꿈꾸는

부활의 아침

잎도 꽃도 없이 가시만 잔뜩 안고 서 있는 너는

골고다언덕의 예수처럼 마르고 단단한 얼굴이다

오늘은 발이 붉은 머슴새가

가시 끝에서 피나게 울다 간다

꽃들이 달려오는 몽환의 거리에

가시막대 들고 졸음을 쫓으며

성성하게 서 있는 늦봄 대추나무

어느 날 마른 등가죽 찢고 나오는

새 움 한 줌 틔우려고

행렬의 맨 뒤를 따라오고 있다

봄이 다 가도록 오지 않는

대추나무의 봄

 

시집『서강에 다녀오다』2014년 황금알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궁장동(窮藏洞) 일박  (0) 2015.03.02
의자/임형신  (0) 2014.04.09
임형신 시집 - 서강에 다녀오다  (0) 2014.02.18
기차는 목마르다/임형신  (0) 2013.12.22
미모사/임형신  (0)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