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장동(窮藏洞) 일박
임형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숫대는 기지개나 켜고
심심한 바위가 말을 건다
천지 분간 못 할 비가 오고
잠시 궁륭(穹窿)이 내려앉았다
생각은 끊일 듯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다
짙은 안개 속 길을 놓치고
방물장수가 가끔 지나가던 길로
몸 불린 산골 물 서서 내려온다
대못 치는 까막딱따구리 잠시 쉬는 동안
사라지는 소리와 일어나는 소리가
빛과 물보라를 만들어
푸른 벽 속에 없던 길 하나 만들어낸다
소리란 소리는 다 모여 저자를 이루다가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나면
숨죽이고 있다 고개 내민 굴피집
가라앉은 술독 찰강냉이 맑은 술 내음에
골담초 노란 꽃잎 단맛 가득 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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