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하늘아래 첫 동네.. 모운동

浮石 2005. 10. 21. 13:06

 

 

옛날 옥동광업소가 있던 모운리의 현재 모습

한 때 번성했던 석탄 생산지였던 옥동광업소가 있던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영월군 하동면의 모운리.. (해발 600m)

 

 

 

겨울의 구름들..

 

 

1

겨울이 왔다
내 집 앞의 거리는 눈에 덮이고
헌 옷을 입은 자들이 지나 간다
그들 중의 두세 명을 나를 알고
더 많은 다른 얼굴들은 알지 못 할 것 같다

나는 소리쳐 그들을 부른다 내 목 소리는
그 곳까지 들리지 않는다

겨울은 저 아래 길에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열중해 있는 것이다



2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챦은 것이었다
밤에는 다만 등불 아래서 책을 읽고 온갖
부질없이 깊은 생각들에 사로 잡힐 때
늘어뜨려진 가지, 때 아닌 붉은 열매들이
머리 위에서 창을 두드리고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희고 창백한 얼굴로 바깥을 내다보면
겨울의 구름들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내 집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홀로 있었다 등불의 심지만을 들여다 보며
변함 없는 어떤 흐름이 갑자기 멈춘 일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3

아니다, 그 것이 아니었다
나는 책장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곤 했다, 겨울이 왔다
나의 삶은 하찮은 것이었고
나는 오갈데가 없었다

내 집 지붕 위로
겨울의 구름들이 흘러 가는 곳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람은 그렇게 오래 불고 조용히 속삭이면서
더 큰 물결을 내 집 뒤로 데리고 온다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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