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詩

그림자 (詠影)

浮石 2005. 12. 23. 20:50

 

 

그림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날 따르는데도 고마워 않으니

네가 나와 비슷하지만 참 나는 아니구나.

달빛 기울어 언덕에 누우면 도깨비 모습이 되고

밝은 대낯 뜨락에 비치면 난쟁이처럼 우습구나.

침상에 누워 찾으면 만나지 못하다가

등불 앞에서 돌아보면 갑자기 마주치네.

마음으로는 사랑하면서도 종내 말이 없다가

빛이 비치지 않으면 자취를 감추네.
 


詠影 영영


進退隨농莫汝恭   汝농酷似實非농       

진퇴수농막여공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篤魁狀   日午庭中笑矮容       

월사안면독괴상   일오정중소왜용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침상약심무멱득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信   不映光明去絶踪       

심수가애종무신   불영광명거절종 
 

*아직 그의 파격적인 희롱의 시편들을 예감하기에는

  이르다.
   

그의 마음 가운데 잉태하고 있는 시의 파괴적인 상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의 내용에서 어떤 우수나 비애도 내비치지

않은 냉철한 서술이 있는데 바로 이 서술에서 

그의 장난스러운 상상력을 얼핏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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